예전에 미대에 다니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내 눈에 그녀의 작품이 다소 아마추어처럼 보였고 완성도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매일 몇 시간씩 작품을 만들었고, 다른 선택지 없이 이것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직업의식과 끈기만큼은 대단했고 스스로를 진심으로 믿는 모습은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늘 그녀를 지지하고 응원했다.

8년 전쯤 헤어졌지만 좋게 끝났고, 이후에도 SNS를 통해 그녀의 활동을 지켜봤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매일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으며, 조각과 가구, 의상, 대형 회화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갔다. 실력도 점점 성장했고, 어느 순간부터 작품들이 정말 인상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후 갤러리 전시와 외주 작업, 강의까지 하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그 일을 하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때의 냉소적인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고 혼자만 간직했던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