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할 때라도 틈틈이 읽고 있거든∼

오늘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운 좋게 자리가 나서 앉자마자 책을 펼쳤어

하루 종일 민원인에게 치이고 일에 치이다가

지하철에서 책 읽는 그 시간이 나름 내 작은 평화였단 말이야

근데 오늘은 어느 순간부터 뭔가 이상한 거야∼

옆자리에 앉은 여성분이

내 책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 있지?

처음에는 그냥

뭐... 곁눈질로 잠깐 볼 수도 있지

하고 신경 안 쓰려고 했어

근데 이분은 곁눈질이 아니었어

그냥 대놓고 같이 읽고 있었어

내가 책을 조금 움직이면 시선도 같이 움직이고

내가 한 줄 내려가면 그분 시선도 같이 내려가는 느낌

심지어 점점 가까워지더니

반팔 입은 내 팔에 상대방 콧김이 느껴질 정도였어

그 순간부터 책 내용은 하나도 안 들어오고

"이 페이지 다 읽으셨나???"

"지금 넘겨도 되나??"

"혹시 아직 마지막 문장 못 읽으신 거 아니야?"

이 생각만 들더라

분명 내가 산 책이고

내가 읽고 있는데

갑자기 페이지 넘기는 권한을 옆자리 분이 가지고 있는 기분이었어

그래서 한 페이지 다 읽고도 괜히 3초 정도 더 기다렸어

혹시 모르잖아∼

같이 읽고 계신 분이 아직 덜 읽으셨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다음 페이지 넘기려고 손가락을 올렸는데

내 손가락이 진짜 부들부들 떨리는 거야

살면서 책장 넘기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해 본 적이 있나 싶었어

"넘긴다???"

"진짜 넘긴다??"

"마지막 줄 읽으셨죠?"

마음속으로 허락까지 구하고 넘김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독서를 하는 건지

옆자리 분한테 책을 낭독 없는 낭독을 해드리는 건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묘하게 웃겼어

퇴근길 지하철에서

말 한마디 섞은 적도 없는 사람이랑

책 한 권을 이렇게 가까이서 공유하게 될 줄이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