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에서는 매년 <한국인의 주변국 인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고, 여기에는 주변국 호감도, 주변국 리더 호감도등 다양한 항목의 설문이 포함되어있음.
그 중에는 핵개발에 대한 여론조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얼마전 발간한 2026년호 보고서에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음.

바로 한국의 핵무장 여론에 아산연구원 조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갱신한 것.
단순하게 생각하면 트럼프 때문이잖아? 하고 넘기기 쉽지만, 실제로 자세히 보면 트럼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순점들이 몇몇 보임.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함.
1) 그래서 핵무장 여론이 얼마나 강한데?

간단하게 말해서 역대 최고임. 80%에 비견할만할 수치를 찾으려면 아마 북핵파동이 처음 터졌던 9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야 함.

2026년의 핵개발 여론조사가 특기할 만한 점은, 핵개발 찬성이 단순 통계상 최고일 뿐 아니라, 국제적 제제, 미군 철수, 핵시설 건설 및 핵실험이라는 시나리오를 각각 가정해도 모두 찬성이 과반수를 넘겼다는 점임.
즉, 단순하게 보면 이제 한국에서 핵개발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정치권과 관료계층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물론 실제로 이런 상황에 들어가면 여론은 이리저리 바뀌긴 할테니 그냥 그 정도로 핵개발 여론이 높구나 정도로 넘어가면 됨.
2) 한국의 핵개발 여론, 누가 죄인인가?
2-1) 트럼프 때문인가?

가장 먼저 생각해볼법한 범인임. 트럼프의 동맹경시 행보가 미국의 안보신뢰에 영향을 주어 핵개발 찬성을 촉발했다는 가정은 가장 합리적이고, 그럴듯해보임. 나도 그렇게 글을 쓰려고 했고.
문제는 그걸 반박할만한 다른 여론조사가 같이 존재한다는 것임.

바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임. 심지어 미국이 핵보복을 해줄때 안보적 위협을 감수해야한다는 가정을 붙힌 조사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로 역대최대였음.
2025년을 한정해서 본다면 2-1의 가정은 성립한 것으로 보임. 실제로 그때는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는 5%p 정도 감소했으니까.
그러나 트럼프 정권에서의 핵우산 신뢰도가 바이든 시절보다 올라갔다는 점은 한국의 핵개발 여론 상승이 트럼프 때문이라는 가정에 근본적 의문점을 던짐.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범인을 찾아야 함.
2-2) 김정은 때문인가?

다음으로 생각해볼만한 범인임.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주적이자 핵개발 확산을 이끈 불량국가인 북한은 한국의 핵개발 여론을 촉발시킨 주범이자 이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

그러나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거라고 답한 비율이 더 증가한 결과는 이에 의문점을 던짐. 북핵에 위협을 느껴 핵개발을 더 찬성할거라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임.
일관성을 생각하면, 북핵이 2026년 한국의 핵개발 여론 상승의 원인이라고 보긴 어려움.
2-3)다카이치? 시진핑?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주변국들임. 다카이치는 사실 농담으로 넣은거고, 이 문단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은건 시진핑임.
그러나 2-2와 마찬가지 이유로, 중국과 시진핑에 대한 여론이 2026년에 특별히 박지 않고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이 이에 의문을 던짐.
사실 2025년 3월~2026년 2월에 중국이 특별히 뭔짓을 했냐하면 기억나는건 그나마 서해 구조물 정도밖에 없는 점도 한몫함. 주권에 대한 침해인거랑 별개로 이게 핵개발 여론을 촉발할 정도인가 하면 글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2-2와 2-3은 북한과 중국이 한국의 핵개발 여론의 이유가 아니라고 말하는게 아님.
2026년 한국의 특기할만한 핵개발 여론 상승의 원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임.
3)범인을 찾아서
여기서는 아산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떠나서 얘기를 해보고자 함. 아산연구소에서는 사실 이렇다더라 하는 결과만 보여주지, 뭐가 원인이라고 제시는 딱히 안했기도 했으니까.
아래에서 언급할 주장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주장에 불과하니까 흘려듣기 바람.

사실 돌이켜보면, 한국의 핵개발 여론은 의외로 안보위협과 큰 직접적 연관이 없음. 개별적 이벤트(핵실험, ICBM 발사)가 핵개발 여론을 촉발하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같은 시점에서 수평적인 경향성 측면에서 보면 다른 흐름이 나타남.
한국의 군사적 우위를 자신할수록,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인식할수록, 미국의 안보공약을 신뢰할수록 핵개발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임.
이는 통일연구원이 인용한 CCGA의 연구에서도 나타남. 북핵은 한국 국민의 핵개발 지지 여론의 원인에서 3번째에 지나지 않음.
어떤 의미에서 좀 쎄게 말하자면 한국은 핵을 주권과 국력의 트로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를 원한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뜻임.
그렇다면 한국이 알고 있던 국제적 질서, 규칙 기반 질서와 자유무역 테제의 붕괴가 핵무장 여론을 촉발한 범인은 아닐까?
무너지는 국제적 질서에서 국력의 중요성을 느낀 인식이 핵개발에 대한 여론으로 발전된 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던져보고자 함. 그럴만한 사건도 꽤 많기도 했고...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상상에 따른 추측이고, 팩트만 3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
1) 2026년 한국의 핵무장 여론은 특기할만한 상승을 기록했다
2)북한과 중국이 이 상승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트럼프가 원인이라는 추측은 합리적이지만, 그걸 반박할만한 다른 조사결과도 같이 존재하기에 확신하기는 어렵다.
수다V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