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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세 가지 결정

마지막으로 제가 문득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엄마,

그럼 세 번째 결정은 뭐였어?”

엄마가 잠깐 생각하더니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말했습니다.

「一つ目はパパに会いに行ったことやろ?」

(첫 번째는 아빠를 만나러 나간 거였지?)

그리고 두 번째 손가락.

「二つ目はパパについて韓国に行ったこと。」

(두 번째는 아빠 따라 한국에 간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손가락이 저를 가리킵니다.

“세 번째는 너를 낳기로 한 것.”

저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생각해보니 셋 다 엄마 인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꿔놓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셋 다 엄마 성격에는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겁니다.

엄마는 원래 정말 겁이 많습니다.

일본어로 말하면 딱

心配性(しんぱいしょう)예요.

무슨 일이 생기기도 전에

걱정을 사서 하는 타입.

여행 한번 가려고 해도

날씨 보고, 길 보고,

교통편 보고,

혹시 문 닫았을까 확인하고, 비상약 챙기고,

그래도 뭔가 빠뜨린 것 같다며 또 확인합니다.

지금도 이런데 젊었을 때는 훨씬 심했다고 합니다.

쵸로미가 태어난 이야기

엄마는 원래 몸이 그다지 튼튼한 편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아픈 걸 정말 싫어합니다.

주사도 싫어하고,

병원도 싫어하고,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바로 걱정합니다.

제가 어릴 때 병원 가서 울면

엄마가 저보다 더 긴장했던 기억도 나요ㅋㅋㅋ

그래서 저는 철이 좀 든 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아픈 거 싫어하면서

어떻게 임신하고 나 낳을 생각을 했어?”

엄마가 웃었습니다.

「ママも不思議。」

(엄마도 신기해.)

“안 무서웠어?”

「ものすごく怖かってん。」

(엄청 무서웠지.)

엄마는 임신 중에도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고 합니다.

아픈 것도 무섭고,

몸이 계속 변하는 것도 무섭고,

아이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도 무섭고.

몸도 힘들었고,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내가 정말 이걸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책들도 많이 찾아서 읽었는데,

그럴 수록 안심되는게 아니라, 더 무서워 졌다고 합니다.

“그럼 중간에 괜히 했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

“있지.”

엄마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조금 장난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럼 엄마.”

“응?”

“지금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 거야?”

엄마가 저를 봤습니다.

"언제로?"

"언제든"

그래서 제가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했습니다.

“아빠 만나러 안 나갈 수도 있고.”

“응.”

“한국으로 안 올 수도 있고.”

“응.”

“나 안 낳을 수도 있고.”

엄마가 웃었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후회한 적 있어?”

엄마가 바로 대답했습니다.

“있어.”

“정말?”

“아주 많아.”

생각보다 너무 솔직해서

제가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아빠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도 있어?”

“있지.”

“한국 온 것도?”

“많지.”

“나 낳은 것도?”

엄마가 잠깐 저를 보더니 웃었습니다.

“아이 키우다 보면

내가 왜 이걸 했지 싶을 때가 많지.”

“......너무 솔직한데ㅋㅋㅋ”

“사실인걸.”

엄마는 한국에 와서

너무 외로워서 돌아가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

다 놓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그럼 그때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할 거야?”

엄마가 이번에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습니다.

「百回戻っても、百回とも同じ選択をするよ。」

(백 번 돌아가도,

백 번 모두 같은 선택을 할 거야.)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후회했다며.

근데 왜 똑같이 해?”

엄마가 저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だって、あなたが生まれたから。」

(네가 태어났으니까.)

저는 그 말에는

장난으로라도 바로 대답을 못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말한 세 가지 결정은 전부

무섭지 않아서 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만나러 나갈 때도 무서웠습니다.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생각했던 사람과 다르면 어떡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그런데도 나갔습니다.

안 나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한국으로 올 때도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가족도 친구도 하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왔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이를 낳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아픈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 몸이 변하는 시간을 견디고,

임신을 견디고, 출산을 견뎠습니다.

그 끝에 제가 있었습니다.

엄마는 인생에서

그 선택들을 후회한 적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그 말도 저는 좋았습니다.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말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진짜 같아서요.

힘든 날에는 후회했고,

도망가고 싶은 날도 있었고,

다른 길을 상상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백 번 모두 같은 길을 고르겠다고 합니다.

첫 번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아빠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두 번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두 사람은 한 가족이 되지 못했을 것이고,

세 번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저는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수십 년 전의 어느 날

소심해서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해보던

나라현 시골 출신의 일본 여자 한 명이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펜팔을 시작했고,

일 때문에 일본에 와 있던

한국 남자 한 명이 아주 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몇 달 동안 편지가 오갔고,

첫 만남을 앞두고 한 번

서로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뒤,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빠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편지는 이메일이 되었고,

가끔은 비싼 국제전화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편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연락 수단만 달라졌을 뿐,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서로에게 긴 글을 보내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엄마는 그 사람을 처음 본 순간을

아직도 영상처럼 기억한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알기 전에

먼저 서로의 문장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문장을 좋아한 뒤,

마침내 그 문장을 쓰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엄마에게 첫 만남이 그렇게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빠가 단순히 멋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날 처음 본 사람이면서, 동시에

이미 오랫동안 아주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저는 아빠는 용감한 사람이고

엄마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는

엄마가 아빠보다도 훨씬 더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부터 겁이 없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겁이 많은 사람이면서도

자기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가장 무서운 쪽으로 걸어갔으니까요.

그리고 그 세 번의 선택 끝에

아빠가 있었고,

가족이 있었고,

제가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