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탱고를 추는 알파치노

의외로 알파치노는 대부로 상을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볼 영화는 알파치노에게 상을 안겨준 영화,

영화 '여인의 향기' 포스터, SCENT OF A WOMAN 타이틀

여인의 향기 되시겠다.

영화 '여인의 향기' 속 알파치노의 한 장면

미국의 명문 사립고, 베어드 스쿨에 다니는 찰스 심스.

다른 친구들은 잘 나가는 집안의 자제분들이었지만

찰스는 어머니가 작은 가게를 하는 흙수저였고,

어찌저찌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어 집에 가기 위해

찰스는 시각장애인을 돌봐주는 알바를 하게 되었다.

영화 여인의 향기 관련 초성 퀴즈 화면

알고보니 그 '시각장애인'은 육군 중령 프랭크 슬레이드.

프랭크 중령은 성질 한 번 더러웠고,

걸걸한 욕을 하면서 찰스를 내쫓는다.

"못하겠어요..."

찰스는 집 주인에게 가서 못하겠다고 하지만,

영화 여인의 향기 퀴즈 힌트: 정답 글자 수 5자 미만

집 주인은 "말만 거칠지 좋은 사람이다"라며 찰스를 대강 달래서 일을 시킨다.

아무튼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온 찰스는 그 날 저녁

학교에서 친구들이 뭔가 꾸미는 것을 보지만

곧 다가온 선생님에게는 아무 일도 없다면서 돌려보내게 된다.

영화 여인의 향기 속 알파치노의 탱고 장면

알고보니 그 날 찰스의 친구들은

교장 전용 주차장 위에 물감이 든 개커다란 풍선을 올려두었고,

교장에게 어그로를 살살 끌어서 교장이 물감을 뒤집어쓰게 만든 것.

영화 여인의 향기 속 알파치노의 한 장면

교장은 이 사건의 목격자인 찰스와 그의 친구 조지 윌리스를 불러다가

범인을 추궁하지만, 둘 다 말을 하지 않자

찰스와 단독으로 면담하면서 이런 제안을 한다.

"얘기하면, 자네를 하버드 장학생으로 추천해주지.

하지만 얘기하지 않으면 자네는 퇴학이야."

즉, 밀고를 하라는 것.

교장은 크리스마스 이후까지 시간을 주겠다며, 잘 고민해보라고 하고는 돌려보낸다.

영화 여인의 향기 속 알파치노의 한 장면

그렇게 본격적으로 알바를 시작하려고 와 보니

다른 가족들이 여행을 떠난 사이

프랭크 중령도 뉴욕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여담이지만 비행기 안에서 프랭크 중령은

이름을 묻지도 않았는데 승무원의 이름을 알아내고,

그 기술을 찰스에게 보여주며,

본인만의 여성에 대한 철학을 풀어놓는데...

철학 한 번 확실하다.

아무튼 뉴욕에 도착한 둘은 리무진을 빌려

오크룸이라는 레스토랑으로 향하는데,

리무진에서 찰스가 한숨을 푹푹 쉬자

이번에도 프랭크 중령은 그만의 기술로

찰스의 고민을 한 번에 꿰뚫어보고,

"그냥 밀고해버리고 하버드 가라"라는 금쪽같은 조언을 날려준다.

오크룸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는 찰스와 프랭크 중령.

여담이지만 이 오크룸은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위치한 호텔인데(플라자 합의의 그 플라자가 맞다)

1907년에 남성 전용 바로 영업을 시작하여,

2011년에 영업을 마친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아무튼 여기서도 찰스는 '집에 가야겠다'고 하지만

프랭크 중령은 '밥먹고 가라'면서 잘 회유하다가

"어쩌냐 마지막 비행기 놓쳤네 ㅋㅋㅋ"하면서 결국 찰스를 호텔에서 재워준다.

자고 일어나보니 수트를 맞추고 있는 프랭크 중령.

찰스의 것도 만들 수 있게 돈을 지불했다고 하는데,

갑자기 수트는 왜 맞추는걸까.

알고보니 자신의 동생 집 추수감사절 파티에 방문한 것.

성질 괄괄한 프랭크 중령은 가족과 친척들 앞에서도

"군대에서 있을 때 두 여자와 실컷 논 얘기"를 꽤나 디테일하게 풀어준다.

당연히 분위기는 개작살이 나버리고,

듣다 못 한 조카가 삼촌이 시각장애가 된 과정을 풀어주며 프랭크 중령을 긁고

찰스의 이름을 다르게 부르자

전직 마피아 보스에 다시 빙의해서

조카의 목을 조르면서 '그 따위로 부르면 니 기도를 터뜨려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해

결국 깽판을 만들어놓고는 가족들에게 사과하면서 나간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웬 총을 조립하는 프랭크 중령.

찰스는 웬 총이냐고 물어보자, 프랭크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준다.

"뉴욕의 왈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개쩌는 숙박을 하고

개쩌는 식사를 한 다음, 나는 이 권총으로 삶을 끝낼 것이다."

알고보니 비즈니스석이며 리무진, 호텔, 레스토랑에 쓴 돈은

프랭크 중령이 평생 모아온 연금을 탈탈 털어 마지막으로 즐긴 것.

찰스는 그런 프랭크 중령을 잘 달래서 총알을 가져가 당장 그러지는 못하게 막은 다음

어느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비누 향기만으로 뒤에 앉은 여성의 존재를 알게 되어

그녀에게 다가가 탱고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명장면인 탱고 장면이 나온다.

진짜 개쩌는 장면이니 꼭 보고가라.

탱고를 춘 다음에는 페라리 매장에 가서

페라리를 빌려 타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프랭크 중령의 기분은 영 풀리지가 않는다.

호텔로 돌아와 프랭크 중령은 찰스에게 담배 심부름을 보내는데

뭔가 쎄함을 느낀 찰스가 다시 돌아와보니

삶을 끝낼 준비를 하고 있던 것.

위에서 나온 저 장면대로 찰스는 프랭크 중령을 말리는데,

위에서 탱고를 제안했을 때 프랭크가 했던 말,

"실수를 하더라도, 엉켜버리더라도, 탱고를 이어나가면 돼요."과 함께

살아야 할 이유를 물어보는 프랭크 중령의 질문에

"중령님은 제가 아는 누구보다 탱고를 잘 추시고 페라리도 잘 몰았어요."

라고 답하며 프랭크의 난동을 막는다.

그렇게 난동은 마무리되고, 여행도 마무리되어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찰스와 프랭크 중령.

처음 뉴욕에 왔을 때 표정보다 훨씬 밝아보이는 것은

아마 기분탓일 것이다.

찰리를 먼저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프랭크 중령.

학교에 돌아와보니 찰리와 그 친구였던 조지의 상벌위원회가 열렸고,

조지는 '나는 본 적 없다. 찰리가 봤다.'면서 찰리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버리는 와중,

프랭크 중령이 저 멀리서 들어온다.

"그리고 해리, 지미, 트랜트. 어디 짱박혀 있는지는 몰라도 엿이나 쳐먹어라 이 씨발럼들아!"

"And Harry, Jimmy, Trent, wherever you are out there, FUCK YOU, too!"

그리고 영화의 또다른 명장면,

프랭크 중령이 찰리를 변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도 사진 몇 장으로 딸깍하기에는 아까우니

영상을 꼭 봐라. 두 번 봐라.

그렇게 교사들은 긴 회의 끝에

찰스는 죄가 없고, 조지는 별다른 처벌도 상도 없으며,

지목된 해리, 지미, 트렌트는 각자 처벌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희대의 씹상남자 프랭크 중령.

언변이 좋아서 사람도 꼬시지,

옷빨 좋지, 유머능력 좋지.

못 하는게 없다.

아무튼 찰리의 고민마저 덜어준 프랭크 중령.

그렇게 나오는 길에, 정치학 담당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프랭크 중령은 여기서도 교사가 썼던 비누를 알아맞추면서

자신의 화려한 언변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도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자막이 없다.

자동자막 켜서 보자.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이전과는 다르게 손녀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변한 프랭크 중령의 모습을 뒤로 하며

영화는 끝이 나게 된다.

외전. 영화 촬영 장소에 대한 짧은 정보.

찰스와 프랭크 중령이 머물었던 이 호텔은

뉴욕에 있는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이다.

1931년에 지어졌을 때는 세계 최대의 호텔이었는데

독일식으로 지어진 이 화려한 건물은

뉴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기도 했다고.

프랭크와 찰스가 저녁 식사를 했던 이 레스토랑은

위에서 말했듯 플라자 호텔 1층에 위치했던 오크룸(Oak Room)이라고 한다.

현재는 영업을 종료하고, 플라자 호텔의 이 공간은

공간 대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의 명장면이 등장한

이 탱고 신의 배경은 더 피에르 호텔의 코틸리온 룸이라는 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위의 장소와는 다르게 호텔 레스토랑이 아닌

공간 대여를 위한 객실 중 하나라고 한다.

아무튼 정말 잘 만든 영화다.

단순히 프랭크 중령이 말을 잘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입이 걸걸하던 프랭크 중령이 찰스를 만나면서 마음이 바뀌는 것이라든가,

선을 넘어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를 주는 언변이라든가,

셜리 템플, 베이럼, 페라리, 블라츠 맥주...

소소한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이 잘 묻어난 명작이니

꼭 한 번 보기를 바란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