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사전이라면 한국인의 60%는 이를 펼쳐본 적도 없다

그리고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쓸 줄 아는 사람은 1%뿐이다.
참고로 이건 활용도가 아니라 접근성만 따진 숫자임. 실제로 얼마나 잘 쓰는지까지 따지면 0.3%쯤 될 듯.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일단 이건 지난주 앤트로픽이 공개한 연구 보고서임.
내용 중 자사 직원 1,300명과 일반 미국인 2,000명에게 “5년 안에 AI가 인간의 주요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는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다음과 같았음.
AI를 한 번도 안 써본 사람: 28%
일반인 전체: 41%
업무에 정기적으로 쓰는 사람: 56%
앤트로픽 직원: 96%
AI를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인식이 크게 갈린다는 뜻임.
같은 기술을 두고 왜 이렇게 전망이 다를까?
“AI를 쓴다”는 말이 가리키는 경험 자체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임.
한국을 한번 보자.

올해 6월 마이크로소프트 조사에서 한국인의 생성형 AI 사용률은 약 40%였음.
한국인의 60%는 AI가 무엇을 하는지 전해 들어서 알고 있는 정도임.

그 40% 중 3/4은 무료로만 씀(10월 인크로스 조사 기준).
유료 구독자는 한국인의 10%임.
그럼 이 10%는 AI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음.

유료 구독자의 90%는 월 6만 원 이하를 씀.
단순 계산하면 AI 회사들의 최상위 요금제를 쓰는 한국인은 1%에 불과함.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써봤냐?”가 아니라 “무엇을 했냐”임.

대다수는 AI를 성능 좋은 검색기로 씀.
네이버 지식인 답변을 바로 받아보는 수준에 머무름.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이미지 생성이나 문서 작성 정도임.
AI에게 자료를 읽히고 결과를 고쳐 가며 작업 전체에 활용해 본 사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거나 여러 도구를 엮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본 사람은 극소수임.
이걸 영한 사전으로 비유해보자.

한국인 중 60%는 사전을 펼쳐본 적도 없음.
30%는 사전의 목차만 읽어봄. 알파벳이 A부터 Z까지 있다는 것만 암.
9%는 펼쳐서 A 단어들까지 봄.
1%만이 A부터 Z까지 다 볼 줄 암.
이제 이 사람들이 모여 사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임.
누군가는 “그래서 그걸 어디에 쓰는데?”라고 함.
또 누군가는 “알파벳 26개가 있는 책이잖아”라고 함.
사전을 좀 써봤다는 사람도 “쓸 만하긴 한데 Boy, Butterfly는 없더라”라고 함.
그러면 이런 상황이 됨.

그런데 이게 기술적 접근성이 떨어져서 배우고 익힌 전문 사용자들만 아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음.
하지만 그렇지 않음.
그래서 사전을 펼쳐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내일까지 영어 보고서 100장 써 와. 그 사전이라는 거 다 활용하면 금방이잖아?”라고 하고,
사전을 조금 읽었다는 사람은 “An apple amused an average aristocrat at avenue alley” 같은 문장을 가져와 자기가 영작을 잘한다고 말함.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거임.
수다VIVE